2025. 3. 18. 20:56ㆍHobby
F1 레이싱카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복잡한 스티어링 휠(핸들)입니다. 일반 자동차의 핸들과는 전혀 다른 이 장치는 단순한 방향 전환 도구를 넘어 레이싱카의 두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F1 레이싱카 핸들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F1 핸들의 진화
F1의 초창기인 1950년대에는 핸들이 현재와 매우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일반 자동차처럼 목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단순한 원형 핸들이었죠. 1960년대에는 더 나은 그립감을 위해 나무 테두리에 가죽을 씌우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첫 번째 버튼이 등장했습니다. 이 버튼은 비상 점화 차단 스위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F1 핸들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오늘날의 핸들은 마치 우주선의 조종석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2019년 메르세데스 F1 핸들에는 총 25개의 버튼과 스위치가 있었고, 여기에 클러치와 기어 변속 패들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핸들 사용자 맞춤화
흥미로운 점은 각 드라이버마다 자신의 운전 스타일과 선호도에 맞게 핸들을 맞춤 제작한다는 것입니다. 니젤 맨셀은 특별히 작은 지름의 두꺼운 그립을 선호했는데, 이는 그의 공격적인 운전 스타일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맨셀은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오 루즈와 레이디옹 코너를 통과할 때 핸들에 너무 많은 힘을 가해 핸들이 물리적으로 구부러지는 일이 2년 연속 발생했습니다.
반면, 아이르톤 세나는 큰 지름의 얇은 그립을 선호했는데, 이는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운전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루이스 해밀턴은 클러치 패들 배치를 맞춤화하여 오른쪽 패들만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핸들의 기능과 버튼들
현대 F1 핸들에는 수많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 DRS(Drag Reduction System): 직선 구간에서 뒷날개를 열어 속도를 높이는 버튼
- 피트 리미터: 피트레인 진입 시 엔진 속도를 제한
- 중립 기어: 정지 시나 전원 분리 시 사용
- 라디오: 팀과의 통신 연결
- 브레이크 밸런스: 전후 브레이크 균형 조절
- KERS/ERS: 에너지 회수 시스템 관리
- 연료 믹스: 연료 소비 관리를 위한 공기와 연료 혼합 조절
- 음료 버튼: 레이스 중 수분 섭취를 위한 버튼
한 번의 레이스에서 드라이버들은 일반 운전자가 평생 동안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횟수로 이 버튼들을 조작합니다. 멜버른 서킷의 한 랩에서만 기어 변속 패들을 약 50번 사용합니다.
재료와 제작 과정
F1 핸들은 경량화와 강도를 위해 탄소 섬유, 유리 섬유, 실리콘, 티타늄, 구리 등의 첨단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대부분의 부품은 팀 공장에서 직접 제작되며, 중앙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회로 기판만 모든 팀이 공유하는 공통 부품입니다.
항공기에도 사용되는 고신뢰성 버튼을 사용하며, 실수로 잘못된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버튼 주위에 작은 플라스틱 테두리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과 맞춤형 소재로 인해 한 개의 F1 핸들 제작 비용은 약 3만 달러에 달합니다.
특별한 F1 핸들 설계
윌리엄스 F1 팀은 독특한 핸들 설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이 LCD 화면을 핸들에 내장하는 반면, 윌리엄스는 LCD 화면을 섀시에 부착하고 '나비 모양'의 핸들을 사용합니다.
메르세데스는 2020년에 DAS(Dual Axis Steering)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은 드라이버가 핸들을 앞뒤로 움직여 앞바퀴 위치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은 타이어 예열과 마모 감소에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F1 기술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습니다.
핸들 사용의 어려움
F1 드라이버는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진동이 심한 상태에서 작은 버튼들을 정확히 조작해야 합니다. 장갑을 끼고 작은 버튼을 눌러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실수로 잘못된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팀은 항상 데이터를 주시하며 드라이버에게 즉시 알려줍니다.
F1 핸들은 단순한 방향 전환 도구가 아닌, 레이싱카와 드라이버를 연결하는 중요한 인터페이스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F1 핸들은 더욱 진화해 나갈 것이며, 이는 F1의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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