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나, 돈 없는데?

글라카엘 2022. 5.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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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대학생 시절, 군대 제대 후 복학했을 때 IMF로 집안 사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 기억에 등록금도 내 이름으로 대출 받아서 냈던 걸로 기억한다.(나중에 졸업 후에 취업을 하고 내가 다 갚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집 형편이 그때만 좋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특히 더 어려웠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군제대 후 복학생은 초반에 약간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라, 동병상련이라고 1학년을 같이 보내고 2학년 때 휴학 및 입대를 하고  제대 후 복학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었다.

어느 날인가 정확히 무엇을 하려고 그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돈이 얼마가 필요 한 상황이라 각자 얼마 정도 있는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친구 A가(이 친구 A는 집이 부자이면서도 부잣집 아들 티를 내지 않는 멋진 놈이었다.) 

"나, 돈 없는데?"

라고 하는거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마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돈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너무 멋져 보였다.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아... 돈이 없다는 말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 친구 입장에서는 '오늘' 돈이 없는 것일 테니까 없는 건 없다고 말한 것일 텐데...

나는 '돈이 없다'는 소리를 정말 하기 싫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왜냐면 나는 '진짜로' 돈이 '자주'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없으니까 없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그래서 돈이 없는데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마련을 해서 '돈이 없는' 상황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월이 많이 지나,  "나 돈 없는데?"라는 말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돈을 벌고 난 이후에서야 처음으로 할 수 있었다.

돈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왜 그렇게 신이 났는지, 속으로 웃음이 막 나왔다.

이런 기분이구나. 

아마 돈이 항상 많은 사람은 모를 감정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