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형이 없어봐서 몰랐어요.

글라카엘 2022. 5. 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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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Vishnu Prasad on Unsplash

나는 외동이다.

형이 있는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더랬다.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해서 내가 따면 형이 있는 애들은 어느새인가 형을 데려왔고 그친구의 형은 다큰 어른같은 표정으로 씩 웃고나선, 잠깐 늘어났던 내 딱지, 구슬을 다시 동생에게 돌려주고 유유히 어디론가로 돌아갔다.

불가항력의 상황에 나는 그저 그런 형이 있는 친구가 부러울 뿐이었다.

'나도 저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숱하게 많이 했었다.

물론, '너는 형이 있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하면, 친구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머 툭하면 때리고, 심부름을 시킨다나.

중학교 3학년 때인가, 독서실에 다닌 적이 있었다. 사실 공부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친구들이랑 <합법적으로> 밤새 같이 놀고 싶어서인 이유가 더 컸다.

거기서 알게 된 형이 있었다.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해주고 우리가 봤을 때 '와~' 하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던 형이었다.

이 형이 나를 참 귀여워해 줬던 거 같다. 

하루는, 이 형이랑 독서실 화장실에서 1칸씩 차지하고 몰래 담배를 피우러 들어갔다.(내가 좀 어릴 때부터 담배를 폈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포스팅하려 한다.)

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 형한테 라이터를 줘야 하는데 괜히 장난기가 도져서 칸막이 위로 줄듯 말 듯했는데 그게 머가 재밌다고 나는 그걸 꽤나 오래 했나 보다.

"야, 빨리 줘~"

머 한 2~3분 정도 장난을 쳤던 거 같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야 문 열어."

느낌이 싸 했다.

열었더니, 벌게진 얼굴로 욕부터 마구 하더니, '이 새끼가 미쳤나' 라며 나를 옥상으로 끌고 갔다.

정말. 뒤지게 맞았다. 머 손, 발은 물론이고 나중에 몽둥이 같은 걸로 엎드려 뻗쳐서 맞기도 한 거 같다.

그 와중에 나는 이형이 왜 '갑자기' 이렇게 화가 났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당최 모르겠는 거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한동안은 그 독서실을 안 갔는데 며칠이 지나고 갔더니 그 형이 있길래 긴장한 채로 인사를 했더니 웬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전처럼 잘해주는 거다.

'아... 다행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 선배들이랑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중에 친하게 된 형이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너는 형이 없어봐서 잘 모르는 거 같아."

"뭘요?"

"보통은 형제가 있으면 동생들은 어느 정도 선까지 까불어야 안 맞을 만큼인지를 잘 알아. 그래서 딱 그 선을 지켜서 까불지. 형한테 자주 맞다 보면 그런 눈치가 생겨."

안 그래도 이 얘기를 해준 형은 그 형보다 더 위에 선배들이랑 농담 따먹기 같은 걸 할 때도 내가 봤을 땐 아슬아슬하게 농담이 지나친 거 같은데도 그 선배들이 재밌게 들어줘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너는 그 선이 어디쯤인지 잘 모르는 거 같아. 그래서 가끔은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아... 그랬었군요. 제가 형이 없어봐서 몰랐어요. 제 딴에는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또 더 친하고 싶어서 한 행동인데..."

"그랬겠지. 알지. 그래도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

"네 그럴게요."

어쩐지... 나는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었던거다.

그 얘기를 들은 뒤로 나는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