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A의 집에 놀러를 갔었는데 책상에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거기에는 책 제목과 무슨 음악 앨범 제목 같은 게 써져있었다.
그게 뭐냐고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거. 내가 한 달에 1번, 책 1권 하고 음악 시디 1장을 써놓으면 어머니가 사다주셔.
내가 기억하기론 그 어머니가 선생님이거나 교육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은 아니었다. 술 관련 일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상당히 여장부 스타일이셨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지금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정말 대단한 생각을 하셨다 싶다.
그리고 그 친구가 나는 너무 부러웠다.
한 번은, 그 친구가 나에게 그달에는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으니, 나보고 갖고 싶은 음악 시디가 있냐고 해서 내 거도 하나 사준 걸로 기억한다.
친구A 어머니는 우리가 놀러 가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난 거도 해주셨다.
그 친구는 좀 내성적인 성격인데 나는 그집에 가면 좀 씩씩하게 굴었던거 같다. 사실 나도 내성적인데... 이상하게 그집에 가면 활발해졌다.
아마도 그친구 어머님은 내성적이고 말수나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그 친구와는 반대로 막 시끄럽고 심한 장난도 치는 우리를 보고 우리랑 그 친구랑 좀 더 어울리길 바라셨지 싶다.(그 친구의 성격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 전에 놀고 있을 때는 호텔 나이트에도 데려가 주셨다. 꽤 유명한 호텔 나이트였는데 거리로 오라고 하셔서 친구들 몇 놈이랑 갔는데 웨이터 형님 한분한테 우리를 챙겨주라고 얘기해주시고는 어디론가 가셨다.
우리는 처음엔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술을 좀 먹고 나서는 신나게 놀았다.
그때 말고도 집으로 우리들을 자주 불러주셔서 맛난 거도 해주셨다.
그 뒤로 어른이 되어서 친구A 문제로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었고, 나는 그때 도와드리는걸로 그 친구A 어머님의 감사함에 작게나마 보답했다.(친구A 랑은 연락이 안된지 10년이 넘었다.)
친구A 어머님, 어렸을 때 우리를 여러모로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포스트잇 말인데요. 정말 멋지셨습니다.
저도 이제 부모가 되어 한수 배웁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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